성서언어학에서 약속한대로 이제부터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영어 정복이야기를 해나가려고 한다. 필자가 배운 방식으로는 영어는 독해, 문법, 단어, 작문 등은 일정수준에 달하면 쉬운데 회화가 참으로 어렵다. 필자 역시 지금 은퇴할 때까지 중학교 1학년때부터 시작해서 수십년에 걸쳐 영어를 공부했다. 고등학교때 가장 좋아했던 과목이 영어였고 성적도 가장 좋았다. 당시 유수한 고등학교에서 전교 최상위권을 유지했으니 영어를 잘 하는 줄 알았었다. 그러다가 대학교에서 토플영어라는 역시 책으로 하는 영어공부, 이후 고시영어(당시 행정, 사법고시의 1차 필수과목)라고 똑 같이 문법, 단어, 독해위주의 학습을 통해서 성적은 항시 상위 그룹이었다.

그리고는 직장에 들어가면서 그런 방식으로 배운 영어는 손을 놓게 된다. 이후 중국어를 공부하고 연수시험에 합격하면서 국내외 2년 과정으로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마쳤다.  중국어 역시 당시 중문과 출신 동기생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는데도 그중에 가장 좋은 성적이었으니 어학에는 분명히 소질은 있다고 생각한다. 영어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중국어 얘기로 돌린 것은 영어와 중국어 학습에 대한 비교를 하기 위함이다. 중국어는 영어와 달리 처음부터 회화로 배웠다. 필자가 중국어를 시작한 시기가 1990년대 초반, 그때만 해도 한국의 어학교육이 아직 발달하지 못한 단계였지만 적어도 중국어 일본어는 영어와 다르게 먼저 말부터 시작하는 방식으로 가르치고 배웠다. 영어를 시작한 방식과는 천지 차이였던 것이다. 중국어는 영어와 달리 2~3년을 집중해서 습득하자 일상 회화에 있어서 우리말과 대등한 수준, 진정 bilingual이라고 할만한 단계까지 도달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나의 실용 영어, 즉 영어를 듣고 말하는 것과 관련하여 우리 세대의 영어는 일종의 장애 또는 질병이라는 것을 나는 북경 연수를 하는 도중에 알았다. 중국인들이 내가 영어를 말하는 것을 듣고 박장대소하는 것이었다. 우선 발음이 그들이 생각하기에 "태산 도사"였을 것이다. 태산 깊숙한 곳에 은거하여 혼자 책을 읽으니 멋대로 발음하는 것이다. 우리도 발음기호를 통해서 단어를 암기한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을 가르치는 선생이나 배우는 학생이나 실제 영어 발음과는 다른 것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일제 시대를 포함하여 백년가까이를!! 이렇게 내가 나의 영어의 현실을 깨우치게 된 것은 중국인들을 통해서 였다. 이러한 충격이래 다시 20여년이 흘렀다. 이제 우리가 왜 영어 회화에 이토록 어려움을 겪는지를 알 것 같다. 그래서 이 영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글의 큰 타이틀이 '베이비 부머의 영어학'인 이유는 우리는 영어를 외국어 그 자체로 이해해서는 이 언어를 정복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서이다. 영어를 영어학으로 이해해야지 우리가 뭐가 잘못되어 있고 어떻게 이것을 극복해야 하는지 하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