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배울 때 영어교재는 "성문 기본영어 / 성문 종합영어"였다. 성문 종합영어의 앞세대는 안현필의 "삼위일체"가 있었고 삼위일체 앞에는 일제시대의 "오노게 영문법"이라는 책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다음 세대는 맨투맨, 이정도면 거의 현재의 베이비 부머 이상은 다 해당이 될 것이다. 대학에 진학해서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아카데미 토플"이 교과서 였고 필자의 경우는 고시공부를 했으니 "고시 영어"가 추가되었다. 고시영어나 아카데미 토플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으니 그저 "아카데미 토플"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그래서 30세까지의 나의 영어는 여기서 끝나고 그다음 중국어, 일본어의 시기로 들어가면서 영어와는 완전히 결별하게 되었다. 

어쨌든 일제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분석식의 영문법은 일본인 특유의 분석적 기질이 영문법에 적용된 것으로 이 방식은 영미권의 문법교육과는 애초부터 다른 것이었다. 우리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영어를 접근하는 약간의 차이가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미국 외교부에서 전세계 언어 습득의 난이도를 분석했는데 가장 어려운 언어로 한국어가 뽑혔다고 한다. 영어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한국어가 어려운 것이다. 한국어를 하는 것처럼, 일본어를 하는 것처럼 영어를 접근했기 때문에 꼬였던 것이다. 

필자는 일찌감치 명예퇴직을 하고 한 5년 정도 개인사업을 하였다. 취미활동과 친구들과의 술자리 등으로 소일하다가 역시 영어를 해야 하지 않은가 하는 막연한 생각에 55세가 되던 여름에 미국 LA로 가서 6개월간 어학연수를 한 적이 있다. 연수기관은 KAPLAN이라는 곳인데 전세계의 젊은 학생들이 다 모여서 영어연수를 하는 꽤 알려진 규모 있는 어학원이었다. 그때 나는 한 6개월이면 어지간한 회화는 되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 갔었고 꽤 열심히 하였는데 결과는 최악이었다. 단어, 문법, 작문, 독해는 다른 학생보다 잘 했지만 역시 듣고 말하는 문제에서 장애를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6개월만에 한국으로 돌아 오는 비행기에서 오직 한가지 결심만 하였다. "결코 영어를 포기하지 않으리라." 이 연재는 베이비 부머로서 7,80년대 일본식 영어를 배웠던 사람이 어떻게 영어를 정복하는지에 대한 여정을 다룰 것이다.

그 이후로 다시 수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한시도 그 때의 결심을 잊지 않았고 공부가 되든 되지 않든, 또 다른 공부로 시간을 빼앗기면서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서 연구하였다. 이제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른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진행중이다. 대체 영어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인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 못된 것인가. 이제 나는 연재를 통해서 우리의 영어가 어디서 잘 못 되었길래 듣고 말하는 것이 안되는 것인지를 규명해 나간다. 그 원인을 규명해야 치료방법이 나오기 때문이다. 가히 우리 세대의 영어는 학습대상이 아니라 "치료대상"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일본인의, 한국인의 관점으로 습득하는 영어가 아닌 원어민의 관점과 사고방식으로 다시 우리 두뇌를 뜯어 고쳐야 영어가 되는 것이다.